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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일기

나의 호접몽

장자의 호접몽이 생각난다.

나비가 나인가?

내가 나비인가?

 

새벽 일어나

차를 다른날과 달리 사십여분

긴 시간을 마시며 입술, 목구멍, 식도, 장기들에 이르는 여행을 바라 보았다.

 

호흡이 힘들 정도로 가슴에 통증이 일며

답답해져 오는 것을 심하게 느껴

오른손을 쥐고 가슴팍을 예닐곱번 쳤다.

 

이 답답함은 무엇인가?

가슴이 아픈 것인가?

마음이 아픈 것인가?

 

몸은 이미 뭔가를 감지하고 있는데

알수없는 가슴의 답답함에

호흡이 곤란할 정도로 통증을 느껴

또 다시 대여섯번

이번엔 왼손으로 두들겼다.

 

그래도 해소되지 않고 앉아 있기 힘들어 한시간동안 적극적 명상 감정 정화작업을 진행했다.

 

이건 뭘까?

내 몸이 내게 말하는 것은 뭘까?

 

출근후에도 멈추지 않아 아침 일찍 잠깐 차마시러 들리는 녀석들에게 오늘은

이 에너지로 너희와 함께 할 수 없겠다고 말해야겠다는 다짐도 했었다.

마침 매일 8시쯤이면 들리던 아이들도

오늘은 무슨 일인지 오지 않았다.

 

8시 40분쯤 이유가 밝혀졌다.

 

마음이 찢어지는 듯 아팠다.

마음이 폭격 맞은 것처럼 황량해졌다.

 

세상 선함에는 선한 사이즈만큼의

악이 존재한다는 것을 이 나이에 깨달았다.

좋은 일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말로 치부하기에는 너무 가볍다.

 

몇 년전 사람이 무섭다며 두문불출한

친구도 생각나고.....그 친구의 죽을것 같았을 아픔이 다시 생각나고,

오늘 다른 한 사람이 똑같은 상황이다.

 

 

엉엉 울었다. 목구멍에서 통곡이 나왔고

통곡을 알아차리고 장소를 의식해

입을 막자 눈물만 흘렀다.

 

아프다.

신체적으로 느끼는 가슴의 답답함은 많이 소거되었지만.....

이제 그만큼의 마음이 아프다.

 

세상 선한 사람에게는 그 사람의 선한 사이즈만큼의 악이 오는가 보다.

 

그래서 성경에는 사람이 감당할 시험만 주신다 했는가?

 

 

아픔을 지켜 볼란다.

이 아픔에 어떤 감정들이 있고

그 감정 뒤에 붙어있는 것은 또 무엇인지.

 

무엇을 자각하고 깨닫기 위해

몸이 먼저 말하는 것을

이번에는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경험하는 중이다.

 

나비로서 나비임을 잊고

꿈 속에서

인간인 나를 경험하는 나비라면

차라리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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