넋두리

조용한 시간

이세상멋진마녀 2012. 5. 17. 09:20

 

 

새벽 2시

 

딸아이 문자에 서 너 통의 문자대화를 나눴다.

 

잠이 달아났다.

뒹굴던 자리에서 이불을 걷고.

 

 

마음은 퇴근길에 잠깐 둘러보았던 봉황사 가는 길이 환하다.

예전 같으면 첩첩 산중이었을 그 길이 좁게나마

길이 잘 닦여 있어 갈만 했다.

 

하늘은 맑고

농군은 들일을 하며

새들은 우거진 숲에서 조화로운 대지에 멋진 음향효과를 들였고,

길가에서 한들거리는 들꽃은 마음을 머물게 했다.

잠시 길을 멈추고

일하시는 어르신과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애초 목적이었던 봉황사를 접고

차를 돌렸다.

 

아마도 봉황사보다는

봉황사 가는 이 길을 돌아보고 싶었나 보다.

 

작은 차로 바꾸니 마음길도 가볍고 부담이 적다.

근래 가벼운 마음으로

새로운 길나서기를 부쩍 즐기고 있는 나를 본다.

 

 

오늘 출근해서 해야할 일을 생각하며 잠을 청하다가

포기하고 머리맡 책을 폈다.

 

99년도에 읽었던 ‘레오나르도 다빈치처럼 생각하기’를 다시 보고 있다.

연필이 원을 그린다.

 

“처음의 관심을 ‘정답’에 초점을 맞추는 데서

‘이게 옳은 답일까?’ ‘이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볼 수는 없을까?’라고

질문하는 데로 돌리면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한결 발전된다.

 

레오나르도가 했던 항목관찰, 묵상연습 등

그의 사고,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게슈탈트의 ‘알아차림’부터 시작하는 것이나

동양의 명상을 많이 닮아 있다.

 

그래서 진리는 서로 통한다고 말하는 것일 게다.

 

책을 덮고

조용히 차를 우렸다.

나를 만나고 싶었다.

나를 보고 싶었다.

생각이 많을 때도,

생각이 적을 때도,

생각없이

나를 마주하고 싶은 시간들이 있다.

 

갈지자로 내려앉는 부스러진 미세한 차 잎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아무 생각이 없었다.

 

 

가끔 멍~ 때리는 경우가 있었지만

이렇게 찻잔 속을 바라보며 멍~ 때리긴 오랜만인 것 같다.

 

 

오늘부터는

요일별로 차를 달리 해야겠다.

아이들마다 요구하는 차들이 달라 바쁜날에는 가끔 곤욕을 치른다.

월요일에는 작설차

화요일에는 허브차

수요일에는 국화차 외

 

차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기특하다.

 

 

 

음.........

 

나를 마주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딴 길로 새고 있는 나......

 

이게 내 모습이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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