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같은 느낌으로 말을 해야 -블라인드 -
사랑은 같은 느낌으로 시작해서 자라고 성장한다
- 영화 '블라인드'를 보고 -
제목 : 블라인드
감독 : 타마르 반 덴 도프
출연 : 할리나 레진, 오련 셀데슬라흐츠, 카텔리네 버벡, 얀 데클레르
요약정보 : 벨기에, 불가리아, 네델란드/로멘스/멜로,판타지/98분
영화 초반 내용보다도 그토록 원하던 디자인의 겨울코트가 등장해서 깜놀했다. 소시적 '아이반호우', '쿼오바디스' '철가면'이란 책을 읽으며 삽화로 곁들여진 여주인공들의 의상이다. 그때부터 무척 입고 싶었던 코트였고 한때는 저런 디자인으로 만들고 싶어 시도를 해봤으나, 원단(고급 모직)값이 장난아니라 쉽게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화양연화'에서처럼 현란하지는 않지만 이 영화에서도 주인공이 같은 디자인으로 서너벌의 이런 롱코트를 입고 등장한다. 심각한 정서적 학대와 육체적 폭력에 의해 성장한 마리는 타인의 접근에 강박을 나타내지만 손이 언어라는 루벤의 말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커튼을 걷고 거울속 자신의 모습을 조심스럽게 바라보듯 느낌으로 말하는 루벤의 언어에 의해 마리는 서서히 내면의 깊은 상처를 꺼낸다. 시력을 점점 잃어가는 루벤에게 책 읽어주는 사람으로 고용이 된 마리는 루벤의 관심이 사랑으로 변해가지만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저함속에서 마음을 열어간다. 그녀의 망설임은 상처 투성이인 온 육체를 손으로 느끼는 루벤 앞의 자신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런 마리의 마음을 안다는 듯 '손의 느낌이 언어'라고 말하는 루벤에게서, 그녀는 시력을 잃은 루벤의 깊은 고독감과 상처를 느꼈고 그는 그녀의 몸에 남아있는 수 많은 폭력의 흔적들을 손끝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 상처들 마져 사랑스럽고 아름답다고 말한다. 사랑은 그(그녀)의 과거까지도 아낌없이 받아들인다는 글을 본적이 있는데 이를 두고 한 말인거 같다. 그 어느 누구에게도 보일 수 없고, 말 할 수 없었던 사실과 상흔을 보인다는 것은 사랑의 힘에 이끌려 한 순간 저질러 버리는 실수가 될 수 없다. 그것은 공유함으로서 얻게 되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루벤은 마리가 지닌 내적인 아름다움에 대한 지지를 끊임없이 보낸다. 둘의 사랑은 신뢰속에서 지속적인 사랑을 이어갈 줄 알았다. 그러나 의학의 발달로 루벤의 시력 회복을 위한 수술을 하게 되고 완벽하게 회복된다. 이 과정에서 마리는 자신의 흉칙한 외모를 보면 루벤의 사랑이 변할거라는 생각에 그의 곁을 떠났고 루벤은 마리를 찾아 헤맬수록 그녀가 없는 공허함에 점점 무기력해 간다. 마리는 유아기때부터 엄마의 언어 폭력에 시달렸다. 급기야 거울을 보며 머리와 얼굴을 매만지던 어린 마리는 엄마의 강박증(넌 형편없는 거리의 여자가 되면 안된다!)에 의해 거울에 얼굴을 쳐박히는 처참한 상황에 이른다. 이렇게 영화에 등장하는 몇 몇 장면들을 보면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을 잔인한 폭력의 흔적들을 느낄 수 있으며, 마리의 마음은 거대한 불안과 피해의식, 강박에 시달리는 삶을 살았으리라고 쉽게 가설할 수 있다. 어느날 루벤은 마리가 늘 읽어 주던 안델센의 '눈의 여왕'을 빌리러 갔다가 사서로 있는 마리를 발견한다. 그러나 마리는 루벤을 외면하고 낙망한 루벤은 눈 수술을 한 의사를 찾아가 그로부터 떠나기전 남기고 간 마리의 마지막 편지를 건네 받는다. 그 후 루벤은 마리와의 사랑을 지속하기 위해 두 눈에 상처를 내고 그녀와 같은 내면의 상처속으로 들어간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과거와는 다른 본인의 선택에 의한 의지의 결과이다. 사랑은 흔히들 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사랑은 변하는게 아니다. 사람이 변하는 것이다. 마치 루벤의 변한 상황에서 마리가 떠난 것처럼 사랑이 지속하기 위해서는 루벤과 마리가 처음 만나 나눴던 언어로 돌아가야만 했던 것이다. 사랑은 서로에게 같은 느낌으로 공감할 수 있는 언어가 필요하며 진정한 사랑일수록 공감할 수 있는 느낌과 언어를 위해 치루어야 할 값은 더욱 클 것이다. 사랑한다고 하면서 사랑하는 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느낌과 언어를 얼마나 사용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