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스토리에서 책과 음악만 올리다 가끔 블로그로 퍼 나르긴 했어도
블로그에 직접 글을 쓰는 것은 실로 오랫만이다.
느낌엔 몇 년 만인것 같기도 하고..ㅎㅎ
지난 4월에 발목 인대 3개가 파열되고 같은 곳을 다시 5월에 다친 후
지금 이 시간까지도 발 목의 인대들은 뇌로 신호를 보내며 경미한 통증으로 존재를 알린다.
그러고보니 2015년 부던히도 소소히 다쳤다.
왼쪽 엄지와 검지사이를 뜨거운 물에 데여 화상치료 3주에 한 달 이상을 고생했고
화상이 나아갈 무렵 표고버섯을 썰다가 왼손 검지 손톱과 피부를 3분의 1을 날려 2주정도 치료 받고 두 달여 고생하고 4월에 발목 인대 부상이 시작되었었다.
급기야 지난 추석 명절 연휴 전날 심한 두통에 응급실을 찾았고.....
인대부상으로 정형외과 여러 곳을 전전긍긍 했던 경험은 나로 하여금 쓸데없이 이 병원 저 병원 회람하고
다닐 필요 없이 어차피 비용과 시간에 별반 차이가 없을뿐 아니라
뇌신경은 전북대병원이 우리 나라에서는 유명하다는 생각에 미치자 3차 종합병원으로 달렸었다.
종합병원 특성상 당장 생명에 위협이 없는 이상 응급실에서는 천덕꾸러기인 관계로 일단
연휴 후 외래진료 예약을 했다.
고거 참,,,,,,1,2차 병원을 생략한 관계로 소견서도 없어
내 스스로 두통의 원인을 살피며 신경과를 선택할지, 신경외과를 선택할지에 대한 고민도 모자라
각 과마다 배치된 의사들의 전문 분야도 보면서
누구를 선택해야 지혜롭게 나의 병명을 정확히 진단해 줄 수 있을지 모니터 앞에서 새벽내내 고민했었다.
거 참,, 올 한 해 주의력이 급격히 떨어진다 싶더니 심한 두통까지 일어나고
벌써 치매가 오려나,, 등.....별 시덟잖은 생각으로
어느새 나는 돌파리 의사가 되어 생각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급기야 내린 결론.
"지금 죽어도 여한 없다. 다만, 가족들을 괴롭히고 싶지 않다.!"
이 생각에 미치자 많은 감사함이 느껴졌다.
이래서 감사하고, 저래서 감사하고.
그리고 몇 일전 MRI를 본 의사 소견은 내가 예견했던 대로
"혈관도 아주 깨끗하고 뇌에 어떤 이상이 없습니다."
이번 연휴 3일간 예전 같았으면 집에 있을 염두가 안 났을텐데
나를 위해 모든 일정을 취소했었다.
아니, 포기 했다.
혹시 검진 결과가 안 좋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지만,
좋다 할지라도 나와 깊이 만나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싶었다.
MRI를 찍는 연휴 전 날.
그 날.
병원에서 무거운 마음과 대수롭지 않는 마음 등
양가적인 감정에 조용히 평정을 찾고 있던 그 시간......에도
직장에서는 전화가 왔고, 심각한 일이 발생되어
도의적인 책임감을 느끼며 상사들과 통화하는 것은 물론,
의도하지 않았던 일로 인해 발생했던 그 일에 연관된 임상심리사, 학부모와 통화하며
내 감정의 홍수가 이 사회를 향하는 것을 애써 다잡았다.
임상심리사의 다문화가족 이해 부족.
다문화가족 남편의 과거 트라우마
결혼이민자의 언어 이해 부족.
담당자인 나의 관례적인 안일함.
뿐만 아니라 이 외에도 사람에 관련된 여러가지 분석들이 나온다.
이 일 뿐 아니라
병원에 오기위해 조퇴하기 전 8일 아침에 만났던 학부모들 모두 내용들은 달라도
그들 마음의 불편들을 차분히 따라가며
병원 동선 이동 4시간 정도 돌아다니며 틈틈히 나와 사람들의 마음을 정리해 보았다.
그리고
오늘 이 순간, 나는
최근 내 안의 화두를 조심히 꺼내 본다.
근래 마음을 괴롭히는 화두가 있다.
지금껏 살아오며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
나는 어떤 것을 원하는가?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이 나이껏 살아왔던 것을 알아차렸다.
하지만
'소리와 음악의 신비'라는 책과 '지혜로운 듣기'라는 책을 여러차례 읽으며
내 속에서 여지껏 해보지 않았던 무언가의 질문이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지만
애써 인정하지 않았던 것도 알아차렸다.
왜냐하면 그런 질문은 너무 위선적이라는 생각에서였다.
내 삶 속에서 말과 행동이 일치되지 않고서야 즉, 삶의 본을 내세울 수 없는 사람이
어찌 그런 엄청난 질문을 할 수 있으며,
그런 질문은 위대한 선각자들에게나 해당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가당치 않는 질문이라고 생각했었던 것도 알아차렸다.
어쩌면 이 질문은 내 나이 47세에 찾아오는 새로움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모두 말하길,
자식은 부모를 선택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2권의 책에서
자녀는 영적인 존재로서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을 최대한 잘 이룰 수 있는 부모를 선택해 태어난다고 한다.
책은 이에 대한 예로서 원주민들의 삶을 사례로 여러가지 보여준다.
가장 인상적인 예는
우리가 말하는 진로발달, 진로탐색 이상의 가치와 행동을 원주민의 성인식을 통해 보여준다.
일정한 테스트를 통과한 그 청소년들은 이미 스스로 테스트 상황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
이루고자 하는 이 세상에서의 목적을 알아내고
그 청소년들의 부모는 그런 자녀들이 스스로 살아가도록 도와주기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테스트는 부족의 원로들이 주관한다고 한다.
이 내용들은 내게 큰 충격이었다.
'내 아이들이 이 세상에 나를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이 있어서
나라는 엄마를 선택해 이 세상에 왔다!'
순간,
폭포같은 눈물이 흘렀다.
나의 부족함으로 상처입고 힘들었을 내 아이들이 너무 불쌍했고 내 아이들에게 미안했고 죄송했다.
이 경이로운 깨달음은
마음을 무겁게도 했지만 가볍게도 하면서
내 아이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아,,,,,,그래 그냥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기까지 이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시간은 희노애락이 포함된다)
'있는 그대로 바라 보아야 한다' 는 것을 지금껏 몰랐던 사실도 아니었지만
이렇듯 가슴이 뻥! 뚤리듯 시원하게 그리고 충만하게 다가오긴 처음이다.
내가 만나는 이 세상의 모든 아이들~
그리고 느티나무실로 점심시간이면 차를 마시러, 혹은 게임하러 들어오는 꼬물이들도
중학년 고학년 아이들 모두~
그들은 이 세상에서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이루고자 이 세상에 왔다는 생각에 미치자
마냥 아이들이 예쁘고 아름다웠다.
말하는 입 모양.
웃는 눈, 침통해 하는 얼굴들 모두 한결같이 나와 함께 하며
무언가 목적을 이루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념의 시간들을 보내는 사이
지난 연휴 머리 통증이 이니 만감이 교차했다.
'그래 지금 죽어도 여한은 없다. 그런데 나도 이 세상에 온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내 부모를 선택해 왔다는 것 아닌까? 그렇다면
내가 이 세상에 온 목적은 무엇일까?
나는 어떤 것을 이루려고
그 것을 이루기 가장 적합한 내 부모를 선택해 이 세상에 왔을까?
"나는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이 세상에 왔을까?"
나도 모르게 계속 질문하고 있었다.
이 질문을 담담하게 받아 들이고 인정하는 순간,
그동안 내 안에 쌓여 있던 삶의 모든 질문들이 모두 해결되었다.
너무도 단순하게 말이지....^^
애초 질문 자체도 없었다는 듯이..잔잔한 물결에 몸이 가볍게 떠 있듯 편하고 고요한 기분을 느꼈다.
지금 이 순간
내 삶의 목적을 생각하며
나는 이 세상에서 무엇을 하고자 하는가? 그리고 그 목적은 무엇인가?를
나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질문하고 있다.
삶의 막바지에 혹은 눈 감기 직전에나 알 수 있을까?
그런데
조만간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것 같은 예감이 든다.
다만,
그 답을 찾았을 때
그것을 온전히 받아 들이는 태도가 아주 많이 필요하겠다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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